한번은 꼭 옷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보겠다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일년이 거의 다 된 지금에서야 옷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니. 조금은 수줍네요.
너무나도 잘 아시겠지만, 디자이넥트 CHACC MADE는 디자이너와 콜라보레이션, 그리고 디자이넥트의 자체 기획으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이번주에 새로 공개되는 CHACC MADE가 자체 기획 상품인만큼, 자체 기획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보고자 합니다.
자체 기획은 어떻게 진행하냐, 누가 아이템을 고르냐 궁금하셨을텐데요. 대부분의 기획은 저희 팀의 머리에서, 여기에 트렌드를 반영하여 진행합니다. 저희 팀의 머리에서라는 건, 밥을 먹다가, 혹은 위클리 미팅 중 커피를 마시다가 툭-, 튀어나오는 경우를 말하는데요.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하다가 좋은 아이디어를 건지는 거 같습니다. 며칠 전 백화점에 가서 봤는데, "다 좋았는데 이거 하나가 너무 걸려서 결국 못샀다" 라던지, "왜 이런 옷은 안나올까?" 라던지. "내가 옷 만들면 꼭 이런 걸 만들고 싶었는데" 등등인거죠.
물론 아직까지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대장인 제 머리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선 나이가 많고, 나이가 많고, 나이가 많아서 하고 싶었던 것도 많았나 봅니다. 회사 다닌 기간도 길고, 노화에 따른 체형의 변화가 진행되면서 좀 더 괜찮은, 참신한, 쌈빡한 옷에 대한 니즈가 늘어나는거지요. 그리고 여기에 트렌드를 더해주는 건 보통 NADA와 ASH 입니다. 똑같은 아이템이라고 해도 한끗이 다른 디테일들은 바로 이 둘의 머리에서 태어나는 거죠. 덕분에 늘 만족도는 높습니다. 혼자 생각했음 뻔했을 아이템들을 굉장히 세련되게 잘 풀어주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이번주에 소개드리는 아이템은 패딩 코트입니다.
시작은 역시나 저였죠.
"회사 다닐 때 클라이언트 미팅이 있는 날은 코트를 입어야 해서 너무 괴로웠다. 패딩인데 코트처럼 단정하고 갖춰입은 느낌을 주는 그런 디자인 뭐 없을까?"
다양한 레퍼런스를 공부해가며 패딩이지만 코트처럼 풀어낼 수 있는 기본 틀을 잡았고, 여기에 살을 하나씩 덧붙였습니다.
구스로 슬림하게 떨어지는 코트 느낌을 살리기 어려우니 그럼 솜으로 가장 두껍게.
올겨울 한파라는데 얼어죽으면 안되니 내피도 더해주고.
뚱뚱해 보이면 안되니까 미친듯한 절개로 라인을 넣어봅시다! (아, 패턴사님께 무한 욕 예약이네)
내피 있어서 부하거나 불편하면 안되니 신축성 좋은 내피를 찾아야 하고.
내피 탈착이 어려운건 너무 싫으니, 비싸도 지퍼로 가자!
난 바람 새는게 제일 싫은데, 그럼 시보리는 톡톡하게 막, 벨벳 어때요? 맨투맨 반응 좋았잖아요.
단추는 이왕지사 고급지게 갑시다!
나 안감 컬러 중요한데 막 네이비 이런거 절대 노예요!
등등등.
세상에 누가누가 비싼 패딩 만드나 시합하는 것처럼 우리의 디테일은 한도 끝도 없었습니다.
근데, 참 예쁘네요. 제일 만들고 싶었던 그 옷, 바로 공개합니다.
거참. 따듯한게 참 예쁘네요.